파랑새는 없다
킥스타터에서 오랜만에 테크 제품이 아닌 예술 작품을 둘러보다, 시선을 끄는 장식품 하나는 발견했다.
선명한 푸른빛을 띤 새 모양의 장식.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‘파랑새’라고 단정했다. 그저 이 멋진 ‘파랑새’ 장식이 어떤 프로젝트인지 궁금했다.
하지만 프로젝트 페이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나는 이 당연한 생각이 완벽한 착각이었다는것을 깨달았다.
이 프로젝트의 진짜 이름은 “[Black Birds and Baubles]“.
이름처럼 ‘검은새’가 주인공인 까마귀 장식품 프로젝트였다. 그제야 장식품의 진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.
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습성처럼 입에는 보석을 물고 있었고, 검은 몸체는 빛의 각도에 따라 오묘한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.

왜 나는 검은 까마귀에서 나타나는 푸른빛을 보고 ‘파랑새’라고 생각했을까? 나의 착각은 하나의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.
‘파랑새는 없다’
자연계에서는 실제 파란색소로 파란색을 지닌 동물은 극히 드물다. 척추동물에서는 단 2종 뿐이고 식물에서도 10종이 안넘는걸로 알고 있다.
그렇다면 우리가 봤던 그 많은 파란 동물들은 뭘까?
대부분은 진짜 파란색이 아닌 빛의 물리적인 간섭과 산란을 이용해 파란색처럼 보이게 만드는 ‘구조색(Structural Color)‘이다.
아래 영상은 이 신비로운 원리를 아주 잘 설명해준다.
실제 까마귀의 검은 깃털에서 푸른빛이 보이는 현상이 바로 이 ‘구조색’ 때문이다.
결국 내가 킥스타터 장식품을 보고 파랑새라고 착각했던 이유도, 이 자연의 신비로운 원리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.
자연이 보여주는 파란색이 착시라면, 인간은 그 착시를 현실로 만들고자 했다.
그 욕망은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‘울트라마린’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났다. 원료는 ‘청금석(Lapis Lazuli)‘이라는 푸른 광물. 화가들은 이 귀한 돌을 직접 갈아 진짜 파란색을 얻어냈다.

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파라오의 마스크를 장식할 만큼 신성하고 귀하게 여겨졌던 이 돌은,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금보다도 비싼 가치를 지니게 된다.
화가들이 이 돌을 직접 갈아 얻어낸 한 줌의 푸른 가루, 울트라마린을 얻기 위해 전 재산을 탕진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.
자연의 파랑은 빛이 만든 착시이고, 인간의 파랑은 욕망이 만든 산물이다.
둘 다 실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환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본다. 아마 그래서 ‘파랑새’는 존재하지 않으면서도,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.
울트라마린 그 고된 제작 과정
귀한 청금석(Lapis Lazuli)을 직접 갈아 울트라마린 물감을 만드는 과정을 현대의 한 미술학도가 재현한 영상입니다. 한 줌의 파란색을 얻기 위한 열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.
